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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자(庶子)의 설움에는 이유가 없다

02.08/05
최준철
서자(庶子)의 설움에는 이유가 없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재산적 내용(이익•이자배당•잔여재산의 분배 등)에 있어서 우선적 지위가 인정된 주식이다”

위는 우선주에 대한 정의입니다. 이 정의에 따라 우선주 주주는 회사가 청산할 때 보통주 주주보다 먼저 잔여재산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보통주 주주에 비해 1% 더 많은 배당을 받아 갑니다. 따라서 그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언뜻 보기에는 보통주보다 우월한 주권으로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습니다. 즉, 경영권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주는 여러가지 우선적인 권리에도 불구하고 보통주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됩니다. 하지만 우선주가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제 왜 우선주를 다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우선주는 서자(庶子)와 같은 존재

여인천하와 같은 사극을 보면 중전이 낳은 적통대군은 대를 잇게 되는 세자가 되고, 후궁들이 낳은 자식들은 왕자이긴 왕자이되 왕권을 잇지 못하면 혼인과 동시에 궐 밖을 나가야 합니다. 그만큼 같은 씨라 하더라도 적자(嫡子)냐 서자(庶子)이냐에 따라서 그 대우는 천차만별입니다.

마찬가지로 보통주와 우선주를 비교하자면 보통주는 적자, 우선주는 서자에 가깝습니다. 적자인 보통주는 의결권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원래 기업의 창업 때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반면 서자인 우선주는 기업이 경영권에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만 발행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통상 히스토리상으로 힘든 시절을 겪은 기업들이 줄줄이 우선주를 데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IMF 시절 혹독한 시련기를 보낸 현대차는 3우B까지 가지고 있으며 쌍용화재, 이스텔시스템즈, 현대금속, 외환은행, 한미은행 등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힘들 때는 우선주가 큰 힘이 되지만, 경영이 정상화되고 나면 기업입장에서 기발행된 우선주는 아주 귀찮은 존재가 됩니다.

기업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우선주를 서자 취급합니다. 가격은 항상 보통주보다도 낮고 보통주처럼 물량도 많지않아 작전세력들의 타겟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우선주의 장점들은 ‘배당 1% 더 줘봐야 그게 그거지’, ‘망할 회사도 아닌데 잔여재산 분배에 우선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어?’ 라는 식으로 폄하되고 맙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배당성향이 높고 경영이 투명한 기업들은 우선수가 보통주의 70~80%의 가격에 거래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50%를 적정비율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만큼 우선주가 시장에서도 서자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이런 보통주와 우선주 사이의 괴리율을 가져오는 것일까요?


2. 괴리율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보통주와 우선주의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합니다. 공식은 ‘(보통주 가격-우선주 가격)/보통주 가격’인데 이것이 높을수록 가격차이가 심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이 괴리율이 높은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 세가지와 같습니다.

1) 경영권에는 그 이상이 있다

보통주와 우선주의 차이는 경영권에 있습니다. 이 경영권이라는 것은 회사를 콘트롤 할 수 있는 권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기업문화에서 경영권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즉,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면 부수적인 수입들이 줄줄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있으면 자회사를 만들어서 그리로 부를 이전시켜 오너가 그 부를 취할 수도 있고, 친척들한테 회사 내에 자리도 만들어 줄 수 있고, 차량유지 등을 회사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회사를 통해 얻는 이점들이 많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기업의 오너라 하더라도 그 부를 현금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배당과 주식매각 밖에는 없지만, 그 외적으로 부를 빼돌릴 수 있는 방법들이 많기 때문에 배당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차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의 값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주에 붙는 프리미엄이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그간 그 괴리율이 높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배당성향이 무척이나 낮았다

모 대기업 임원들에게 재무전공 교수님이 이렇게 물었답니다. “당기순이익을 가지고 배당과 이익유보를 하는데 어느 것이 주주의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랬더니 임원들이 “배당입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이것이 정답일까요? ‘정답은 당기순이익 전부가 주주의 것’입니다. 이 사례는 기존에 기업인들이 가지고 있는 주주들에 대한 생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주주들은 배당이나 좀 떼어주고 입만 막으면 되는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이익유보금은 다 자기들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얘기입니다. 배당도 많이 주지도 않았으면서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우선주가 액면배당률 기준으로 1%의 배당을 더 준다지만, 보통주의 배당률 자체가 낮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선주의 장점은 경영권 프리미엄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고, 우선주의 투자가치는 급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3) 대마불사의 신화가 있었다

배당과 함께 우선주의 장점은 기업이 청산을 할 때 잔여재산에 대해 우선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주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같이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이 권리는 채권의 성격에 가까운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기업은 계속 기업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래서 우선주 소유자도 기업의 늘어나는 자산가치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청산시 우선권이라는 것은 별 의미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이런 현상을 더 심화시킨 것은 IMF 이전까지 있던 대마불사의 신화 때문입니다. 상장사 정도 되면 은행이든 정부든 나서서 부도를 막아주었기 때문에, 대기업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화는 청산의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어서 우선주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렸습니다.


3. 우선주를 다시 보자

호부호형을 못해 억울했던 서자의 대표주자 홍길동이 현재 다시 태어났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아마 큰 조직을 이끈 재목답게 그의 잠재된 능력을 백분 발휘하며 여러가지 일을 해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서자로서 그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집을 떠나 활빈당을 만드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신분상의 이유로 그를 인정하지 않았고 당시의 패러다임에 맞는 대접을 해준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부분이 우선주의 과거였다면 이제 현재와 미래의 일을 가지고 우선주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보아야 합니다. 신분제도가 철폐된 것만큼 자본시장과 기업에서도 그간 큰 변화가 많이 일어났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저금리가 정착되었고, 우선주든 채권이든 기업들이 부담이 되는 빚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감시의 눈이 많아지면서 경영이 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재조명되는 우선주의 세가지 장점과 이에 해당되는 우선주에 대해 열거해보겠습니다.

1) 배당수익률이 높다

현재 기업들이 시설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될 정도로 자금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빚을 두려워하게 된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데 혈안이 되어있고, 경영자들은 시장의 관심을 받기 위해 적극적인 주주정책을 펼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제 값을 받기 위해서는 배당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나 외국인 주주가 많은 기업은 배당에 대한 압박을 받습니다. 삼성전자가 아주 적은 금액이나마 중간배당을 하겠다고 나선 것, 에쓰오일이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 등은 이런 추세를 말해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주의 배당금이 올라가게 되는데, 가장 수혜를 보는 것은 우선주입니다. 배당률이 1% 높은 것도 높은 것이지만, 일단 우선주가 가격이 낮아 배당수익률이 높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제일제당 보통주의 배당수익률은 1.37%에 불과하지만 제일제당 우선주는 4.32%가 나옵니다. 이것은 보통주가 54800원, 우선주가 18500원이라 괴리율이 66%에 이르면서 나타나는 차이입니다.

게다가 현재 금리는 5~6%에 불과합니다. 과거 15%에 육박했던 금리 상황에서는 배당이 메리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금리 상황에서 배당의 가치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매년 5%가 넘는 배당수익률이 나오면서 늘어나는 기업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면 우선주는 훌륭한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당이 높아가면 갈수록 보통주보다는 저가상태로 인해 배당수익률이 금리를 넘어설 수 있는 우선주의 투자가치가 부각되게 됩니다.


2) 괴리율은 줄어든다

애널리스트 수의 증가, 외국자본의 자본시장 잠식, 변화되는 투자자의 잣대 등은 결국 기업의 경영 투명성 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경영권 프리미엄의 감소로 귀결됩니다. 왜냐하면 경영이 투명해지면 배당 외에는 기업의 자금을 빼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경영권을 가짐으로써 얻는 과외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선주는 부의 공유 방법의 하나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 몇 개의 기업을 비교하다보면 앞으로 보통주와 우선주가 어떻게 괴리율을 좁혀갈 것인지를 암시해 줍니다. 예를들어 유한양행신영증권은 오너와 경영자가 회사자금을 단 1원도 유용하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고 존경받는 기업입니다. 이 둘의 보통주와 우선주의 괴리율은 각각 7.44%, 18.71%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너의 입김이 세어서 주주의 부가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인 삼성화재, 현대차, LG화학을 보면 괴리율이 각각 62.13%, 55.66%, 61.46%에 육박합니다. 시장이 아무리 비효율적이라고는 하지만, 기업의 특성이 괴리율로 나타나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3) 우선주는 소각되어야 한다

과거 기업들이 우선주는 싼 맛에 발행을 했습니다. 경영권에 침해를 받지 않는데다가 배당을 1%를 더 줘도 배당정책을 짜게 가져가면 큰 부담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옛날 금리가 높을 때야 배당이 자본비용을 덜 소모했지만, 현재는 차라리 차입금을 쓰는 것이 더 싸게 먹힐 정도로 금리가 떨어지고 배당이 올라간 까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상적인 재무적 판단을 할 수 있다면, 부채를 끌어서라도 우선주를 소각해야 합니다. 5%짜리 자금을 가지고 8~10%짜리 부채를 갚는 것은 남는 장사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직 기업들이 이를 자각하지 못하여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선구자적인 기업들이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실제로 우선주를 소각시켜버린 신영증권입니다. 신영증권 우선주의 배당수익률은 11.50%에 이릅니다. 현금을 6000억원 가량 보유한 신영증권이 이를 가만히 놔둘 이유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모두 매입소각을 해버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도 차츰 이런 재무적 기술에 눈을 뜰 것으로 봅니다.


4. 어떤 우선주에 투자해야 할 것인가?

그럼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인 ‘어떤 우선주에 투자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우선주의 유형을 세가지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1) 괴리율이 높으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우선주

이 유형의 기업들은 대부분 경영이 불투명하지만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대기업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때문에 괴리율이 높아 우선주의 가격이 낮으면서 배당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것입니다.

제일제당 우(66.24%, 4.32%), LG생건 우(52.56%, 5.68%), LG전자 우(59.21%, 4.57%), 현대차 우(55.66%, 5.44%), SK 우(42.40%, 6.60%)

2) 괴리율이 낮지만 배당수익률이 높은 우선주

이 유형의 기업들은 경영이 투명하면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때문에 괴리율이 18~37%로 평균보다 낮아 우선주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워낙 배당금이 커서 배당수익률이 높습니다. 신영증권 우선주는 10%가 넘는 배당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영증권 우(18.71%, 11.50%), 넥센타이어 우(37.02%, 7.39%), 태영 우(37.05%, 4.74%), 삼양사 우(37.91%, 4.10%)

3) 괴리율이 높지만 배당수익률이 낮은 우선주

이 유형의 기업들은 괴리율이 높아 보통주와의 갭이 메꾸어질 경우 시세차익이 예상되지만, 배당성향이 낮고 따라서 배당수익률이 워낙 낮아 배당투자의 가치가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이트맥주 우(63.57%, 3.73%), 삼성화재 우(62.13%, 3.32%)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최선의 선택은 1번 유형 중에서도 실적과 경영에 있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기업의 우선주를 매수하는 것입니다. 가장 이 조건에 부합되는 것이 제일제당 우선주입니다. 제일제당은 드림라인, 엔프라니 등 비핵심 부문을 매각하고 있으며,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배당을 위한 현금흐름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괴리율도 커서 우선주의 재평가시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음 차선책은 2번 유형에 속하는 우선주를 매수하는 것입니다. 이 유형의 장점은 경영이 매우 투명하고 고배당 정책을 항상 유지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배당금 유입에 따른 투자메리트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다만 괴리율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보통주의 주가가 크게 올라주지 않는다면 시세차익이 적다는 것입니다. 2번 유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신영증권 우선주넥센타이어 우선주입니다. 이들은 정기예금형 주식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5. 변화된 패러다임을 예견하라

메멘토라는 영화를 보면 기억은 믿을 수 없는 것이고, 그때그때의 상황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곧 진실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주식투자에 있어 ‘과거에 어땠다’ 라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치투자자는 정확한 관찰과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변화된 패러다임을 먼저 예측하고 인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시대가 변해 서자가 차별대우 받지 않는 것처럼 우선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차별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능력만 있다면, 투자가치가 있다면 서자든 우선주든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가격도 싸고 배당도 많이 주는 우선주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낭중n앤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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